계속되는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갈등 ‘탁상 행정 vs 약자 배려’

이하 인터넷 커뮤니티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 안. 한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젊은 여성을 향해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놔야 한다”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다.

“너도 XXX가 없어. X 팔린 건 잠깐이고 다음부터 안 앉으면 되는 거고”

주변 사람이 만류해도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다. 그런데 임산부 배려석에서 누군가 망신을 당하는 이 상황, 정말 괜찮은 걸까?

올해로 도입 7년째인 임산부 배려석. 서울교통공사는 3년 전부터 배려석을 양보하지 말고 아예 비워두자고 권장하고 있다.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런 배려가 확산할 때까지는 자리를 비워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약 90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에 늘 자리가 부족하다. 하지만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해당 좌석이 비어 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을것이다.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앉을 경우 지하철 이용객들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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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에는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남성, 중장년층의 모습을 몰래 찍어 비판하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졸고 있는 군인 사진을 찍어 국방부에 민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산부 배려석이 도덕적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관련 민원 건수는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임산부 배려석이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지역 지하철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거나 ‘아예 여성 전용석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임산부 배려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초기 임산부는 표시가 나지 않고, 임산부가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산부 배려석이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과도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임산부 배려석 대신 택시 쿠폰을 지급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임산부 배려석이) 시민 간 갈등이나 문제를 유발하는 그런 양상이 됐다”며 “사실 임산부 배려석을 없애고 노인이 됐든 임산부가 됐든 장애인이 됐든 교통약자가 보이면 앉게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프리서치] 조용수 기자

keitaro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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